스웨덴 스톡홀름에 조성된 ‘1분 도시’. 사진=아크데스 홈페이지
스웨덴 스톡홀름에 조성된 ‘1분 도시’. 사진=아크데스 홈페이지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스마트시티 아이디어는 ‘15분 도시’의 건설이었다.  앤 이달고 파리 시장이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이기도 했고 현재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한국 서울에서도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15분 도시 개념을 주창하기도 했다.

이는 주민들이 집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이내에 원하는 모든 일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분산형 스마트시티 비전이었다. 대중교통과 승용차를 줄임으로써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대폭 개선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이와 같이 도시를 더욱 분산시켜 ‘더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분산형 도시’를 하이퍼로컬이라고 한다. 하이퍼로컬이 핵심은 ‘결속하는 공동체’로 그렇게 형성된 공동체 내에서 모든 경제·사회·문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역시 하이퍼로컬의 일종이다.

그런데 파리나 바르셀로나보다 더욱 좁은 지역 공동체를 추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스웨덴의 ‘1분 도시’다. 스웨덴에서는 이 정책을 ‘스트리트 무브(Street Moves)’라고 부른다. 하이퍼로컬의 또 다른 변형이다. 스트리트 무브는 스웨덴의 국가혁신기구인 비노바(Vinnova)와 스웨덴 국립 건축디자인 박물관이자 디자인 싱크탱크인 아크데스(ArkDes)가 주도하고 있다.

1분 거리 프로젝트는 단일 거리 수준에서 운영된다. 거주민의 문 밖 공간과 인접하고 길 건너편의 이웃들과 소통하는 정도로, 거리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블록 안에서 만들어지는 초소형 스마트시티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의사와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 커뮤니티가 자신이 사는 거리의  배치를 결정하고 스스로가 건축가가 된다. 지자체 및 주민들과의 협의에 따라 무엇을 건설하고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스트리트 무브는 2019년 수도 스톡홀름 내 네 곳에서 실험적으로 시작됐고, 2021년 초에는 예테보리와 말모 등 세 개의 도시가 추가 합류했다. 스트리트 무브의 궁극적인 목표는 ‘2030년까지 스웨덴의 모든 거리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며 활기차게 될 수 있도록 10년 동안 국내 모든 거리를 재설계하고 개조하는 것’이다.

1분 도시 모델은 15분 도시와 달리 대중교통이나 직장, 의료 및 교육 등 기본 시설을 완비하는 하이퍼로컬 수준과는 다르다. 주민들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대신, 문 앞 거리 공간을 대중과 더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문화 중심의 거리도 좋고, 휴식 중심이어도 좋다. 자기만의 독창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접한 다른 1분 도시와도 교류한다.

스트리트 무브 정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시작됐다. 자동차가 질주하고 주차하는 공간을 없애는 것은 국가나 정부가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동네를 바꾸는 일 역시 대단한 모험이다.

비노바는 룬드버그디자인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주차 공간에는 거기에 맞게 디자인된 소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길거리 가구 세트를 개발했다. 세트는 길거리 연석에도 설치됐다. 여기에는 주민들의 희망에 따라 화분을 놓거나 자전거 또는 스쿠터 랙을 추가 설치할 수 있다. 또는 어린이 놀이 공간이나 전기차 충전기가 부착될 수도 있다. 쉽게 연결하거나 해체할 수 있는 데크는 독립형이고 거리의 경관에 맞추어 구성된다. 레고 블록 또는 마인크래프트와 같다고 보면 된다.

지자체가 이런 도구들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각 거리의 설계는 지역주민들과의 대화에 기초해 결정된다. 카페 거리라면 좌석을, 환승역 근처의 거리라면 자전거 랙을 더 선호할 수 있다. 꽃으로 단장할 수도 있고 거리 전체를 공원처럼 꾸밀 수 있다. 이는 온전히 주민들의 몫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1분 거리들이 여럿 합쳐지면 동네의 소통에서 사회의 소통으로 확산된다. 건전한 교류다. 스톡홀름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해 작은 동네부터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의 삶에 기반해 살아 숨쉬는 생활 터전이 되고 거주민의 만족도를 높인다.

아크데스는 홈페이지에서 “1분 거리를 조성함으로써 스웨덴의 거리는 기후 회복력, 공중보건, 사회정의가 통합된 신속하고 강력한 혁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도시 전체를 설계하는 시정부의 역할이다. 원격 조율이 필요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도시 전체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 수는 없다. 일정 부분 허용되어야 한다. 필수적인 도시 기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1분 거리를 진행하는 공동체와 협력해야 한다. 스톡홀름 시 정부도 앞으로 프로젝트 지역이 늘어날수록 정부와 공동체간 협의가 더욱 긴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웨덴 정부는 오는 2045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이를 법으로까지 제정한 나라다. 자동차 사용이 필요치 않도록 전국적인 거리 재설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스트리트 무브는 스웨덴 정부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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