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운하변에 주차된 대량의 자전거들. 사진=픽사베이
암스테르담 운하변에 주차된 대량의 자전거들. 사진=픽사베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겉으로 보면 자전거가 사람보다 많은 도시다. 두 발로 이동할 수 있는 모든 도로와 연석, 운하, 다리 곳곳에 주정차된 자전가가 압도적이다. 암스테르담의 도로 구조는 자전거에 최적화돼 있고, 운하나 교차로 등과 연계돼 승용차와는 차원이 다른 편리함을 선사한다. 세계의 자전거 수도라는 별칭이 부끄럽지 않다. 블룸버그시티랩 서밋에 참석한 사람들이 전하는 자전거 도시의 풍경을 블룸버그시티랩이 모아 화제로 전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도심 여행의 60% 이상이 자전거로 이루어진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도시 자전거 연구소 소장 메러더스 글레이저는 네덜란드인들은 자전거를 이동성 밸류체인의 최상위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교통 인프라를 과감하게 변화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서밋 참삭자들은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암스테르담 거리 누비기 체험도 가졌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라이더들 모두가 헬멧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관광객들은 불안해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아니다. 해답은 자전거에 있다.

네덜란드는 표준으로 ‘블랙 바이크’를 공급하고 있다. 이 기계는 큰 펜더(흙받이), 단일 기어 및 폐쇄된 체인으로 조립된 실용적인 상품이다.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탑승자는 똑바로 앉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전거 사고는 머리 부상이 아니라 손목 부상이다.

자전거가 자갈길을 따라 움직이면 네덜란드의 블랙 바이크가 그 환경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편하게 앉아 자전거를 조종하면서 오래된 역사 거리와 다리를 따라 움직이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같이 타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네덜란드에서의 자전거 타기는 ‘사교적인 활동’이라는 의미다.

눈짓과 몸짓, 말을 통해 동료 운전자들과 의사소통하면서도 사고가 없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운전할 수 있을 정도의 편리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페달을 밟으며 길 앞의 신호등과 교통법규만 지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보행자들을 배려해 주면 더욱 좋은 일이다.

역사 지구를 벗어나면 시내를 운행하는 트램 라인을 따라 붉게 포장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타난다. 이른 시간에는 당연히 자전거가 많지 않지만 꼬마를 유아용 좌석에 앉힌 부모가 모든 자전거, 잠이 덜 깨 졸린 통근자들이 식사 대용으로 베이글을 씹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면서 모든 자전거,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학교로 등교하며 페달을 밟는 모습이 일상으로 보인다.

알렉산더플레인 근처의 교차로는 두 개의 대로가 교차한다. 이곳에는 차로나 도보, 교차로 할 것 없이 자동차, 트럭, 트램,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 암스테르담 시정부는 몇 년 전 이 건널목의 신호등을 모두 제거했다. 고도의 설계가 따랐지만, 모든 통행 수단이 조화롭게 통합되면서 지금은 매우 원활한 교통 흐름이라고 한다.

교차로에서 자전거는 승용차나 트램과 함께 달리면서 서로를 스치고 지나간다. 무정부상태로 보인다. 그러나 운전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는 오히려 안전성을 높였다. 신호등을 완전히 제거한 과감한 재설계 결과는 사람과 자전거, 승용차 모두에게 더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다.

알렉산더플레인 교차로는 ‘안전한 시스템’이라는 원칙에 대한 네덜란드의 자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원칙은 “인간은 선천적으로 오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도로 설계는 실수가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다. 암스테르담에서의 자전거 해법은 스마트시티 구축 방법론이 그렇게 바뀌고 있듯이 결국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었다. 신호등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좋은 디자인과 설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자리잡히고 있다.

터키, 모로코, 수리남에서 온 이민자,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민자 등 도시의 많은 새로운 거주자들이 살고 있는 우스트(Oost)라는 동네에 있다. 이 지역 주민의 약 절반은 사회적 주택에 살고 있으며, 대부분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암스테르담의 대중교통 옵션은 미국의 눈에는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나름 다른 속사정도 있다. 트램은 매 순간 움직이지만 암스테르담은 지하철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해 많은 다른 유럽연합 도시들보다 뒤처져 있다. 암스테르담이 자전거를 비롯한 마이크로모빌리티를 대체 교통수단으로 삼기 위해 주력한 배경의 하나다. 지하철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음은 네덜란드의 지정학적 조건 때문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재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물결에 대처하느라 바쁘다. 바로 전기로 구동되는 마이크로모빌리티다. 이에 대한 규제는 새로운 마이크로모빌리티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규칙은 전동 스쿠터와 킥보드 등이 자전거 전용도로에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철저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가 페달을 밟는 수동자전거 옆을 달린다. 그러나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사람들은 줄서서 달리기 때문에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자전거와 자동차 도로에 많은 비중이 쏠리다 보니까 보도를 걷는 보행자들은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듯 보인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그래서 자전거 벨 소리가 자주 들리기도 한다. 자전거와 보행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잦은 편이다. 그러나 자전거의 속도가 워낙 낮아 사고가 나도 경미한 수준이다. 자전거 중심의 거리 조성이 시작된 이후 네덜란드의 보행자 사망률은 오히려 급감했다. 도로 안전 측면에서는 오히려 대 성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암스테르담이 자동차 운행을 강하게 막지는 않는다. 개인 차량을 가진 주민들을 위해 암스테르담은 근처에 지하 차고까지 지었다. 다만 역사 지구와 같은 곳의 미로와 같은 일방통행 도로는 운전자들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준다. 자동차들은 수천 명이 타는 자전거를 피해 거리를 조심스레 지나가야 한다. 기차역이나 주변의 광장은 무더기로 세워진 자전거가 도시 교통의 현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글레이저 소장은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최우선 정책은 암스테르담의 긴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온 의도적인 정책 변화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그 시기는 1970년대부터였다. 이 때 교통사망자 증가에 반대하는 대중운동이 네덜란드의 자동차 중심 발전 패턴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에는 무료 주차를 단속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면 주차료를 지원하며, 자전거 전용 인프라 개선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시정부에는 10년 전의 거리와 현재의 거리를 비교하는 사진이 다수 있다. 자동차로 막혔던 거리 풍경과 자전거가 점령해 쾌적한 거리를 극명하게 대비해 준다.

네덜란드의 지리와 산업 구조는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매우 평평하고, 자동차 전용 인프라를 위해 로비를 할 자동차 산업이 없다. 반면 전국 여객철도 네트워크는 매우 광범위해 인구의 85%가 거의 3개 역의 자전거 거리 내에 살고 있다. 모든 정책의 기저에는 네덜란드가 해수면으로부터 평균 2m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 정책에 대한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계층간 형평성에 대한 요구로 인해 자동차 속도 제한을 줄이고, 교외의 저소득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기 스쿠터 규제 등 보완 조치가 잇따랐다.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람들의 이동성 확보도 긴요하다. 도로망 자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일부 자전거 트랙은 차량 통행량이 적은 더 넓은 도로로 바뀌어 자전거 옹호자들의 불평을 산다. 주차 요금에 대한 불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암스테르담이 정치적 대립을 피하는 합의를 통해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시킨 도시이자 국가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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