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로 
역대 최장 200만년전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 완료
- 14일자 네이처지  게재

◇호미닌 종족별 생존 시기 및 서식지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의 새로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화석 및 고고학 자료를 종합해 계산한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이다.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입된 날짜는(1ka= 1950년 기준으로 1000년 전) 연구에 사용된 가장 최근의 화석과 가장 오래된 화석의 나이를 나타낸다.(사진: 과기정통부)
◇호미닌 종족별 생존 시기 및 서식지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의 새로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화석 및 고고학 자료를 종합해 계산한 호모 사피엔스(왼쪽 보라색음영),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운데 빨간색음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오른쪽 파란색음영)의 선호 서식지이다. 음영 값이 옅을수록 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입된 날짜는(1ka= 1950년 기준으로 1000년 전) 연구에 사용된 가장 최근의 화석과 가장 오래된 화석의 나이를 나타낸다.(사진: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 연구팀이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초과학연구원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하여 도출되었으며,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4월 14일 게재되었다.

자료: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자료: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제시되어 왔으나, 인류화석 유적지 근처의 기후와 관련된 자료가 부족하여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오랜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기후모델링 ▲인류학 ▲생태학 전문가 연구진을 구성하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동’을 강제력으로 이용해 기후 모델링을 수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과거 2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천문학적 변동'이란 밀란코비치 이론에 의한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로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을 변화시켜 기후 변화가 야기되는 것을 말하며 이에 의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의 영향력을 '강제력'이라 칭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200개 지점의 인류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편집본'을 만들었으며, ▲기후 자료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들을 결합해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호미닌’종은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으로 본 연구 논문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에렉터스 ▲호모 에르가스테르와 호모 하빌리스로 크게 5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고대 인류종이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서식지가 2만1000년에서 40만년까지의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되었음을 밝혔다.

우선, 연구진은 지난 200만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와 식량 자원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설명하였다. 200만–100만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하여 특정 지역에만 서식했다.

하지만, 80만년 전의 빙하기-간빙기의 주기가 약 4만1000년에서 10만년 주기로 바뀌며 더 춥고 오래 지속되는 방하기를 발생시켰던 기후 변화이후 호미닌 종의 하나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하였으며, 덕분에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진은 다른 호미닌 종이 접촉하여 같은 서식지 내에 혼재 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였고, 5가지 호미닌 집단의 족보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 전 아프리카 개체군인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했음을 추정했다.

이번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매우 유사한 결과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한 것에 의의가 있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 윤경숙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윤 연구위원은 대기-해양-해빙-지면 과정이 결합된 전지구 기후 시스템 모델로 여러 가지 지구계의 특징을 포괄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냈다.

이는 지난 200만 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이 시뮬레이션은 대륙 빙하의 증감, 과거 온실 가스의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 반응과 약 100-80만년 전 발생한 빙하기-간빙기 주기의 뚜렷한 기후 변화를 담아낸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연구 의미를 밝혔다.

◆주요내용

천문학적 요인으로 기인한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슈퍼컴퓨터 기후 시뮬레이션 자료를 고고학적 기록과 융합하여, 인류가 살았던 시기와 장소의 기후 조건과 서로 다른 호미닌 종이 선호하는 기후 환경을 알아냈다. 과거 기후의 시간적 변화가 호미닌 집단이 살았던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연구배경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의 기후는 온난 다습한 플리오세(5.3-2.5백만 년 전)에서 한랭 건조한 플라이오세(2.6백만-만천 년 전)로 큰 변화를 겪어왔고, 이런 기후 변화가 아프리카 초기 인류 조상의 진화에 영향을 끼쳤음이 많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로부터 제시되어져 왔다. 또한 지난 200만년 동안 지구는 빙하기-간빙기 주기가 약 4만년 주기에서 100만년 주기로 길어지는 기후변화를 겪었으며 이러한 천문학적 강제력에 의한 기후변화가 고대 인류종의 계승과 분화에 관계됨이 선행 연구들에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인류화석 유적지의 제한된 기후변화 관련 기록과 연속적으로 지속된 기후 시뮬레이션 자료의 부족으로, 기후변화가 인류 서식지와 종의 계승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고 오랜 기간 지속된 난제로 남아있었다.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

이번 연구에서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은 역대 최고 길고 전례 없는 200만년의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본 시뮬레이션 자료와 최근의 화석 및 고고학적 유물 자료를 결합하여 전지구적 공간규모에서 뿐만 아니라 과거 200만에 걸친 시간규모에서 인류 종과 기후 환경의 데이터베이스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또한, 기후모델링-인류학-생태학 전문가들의 공동 연구를 통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기후변화와 인간진화간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고대인류학계는 연속적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잘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본 연구를 통해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해결을 위해 신뢰할만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의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연구 방법

연구팀은 대륙 빙하와 과거 온실 가스 농도의 변화, 그리고 천문학적 강제력을 이용해 과거 200만년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획득한 기온과 강수량과 같은 기후자료들이 일차 순생산량 (Net primnary production; NPP) 모수화를 위해 사용되었다. 기후, 식생 자료, 인류 종의 화석, 그리고 고고학적 기록을 함께 사용하여 5가지 인류종의 서식지 적합성에 대한 시공간적 지도를 생성하였다.

화석의 시간 연대를 무작위로 섞어서 반복적 분석을 수행하였고 이를 실제 화석 연대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비교하여 두 분석 간의 차이가 큰 인류 종에 대한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로써 다루어졌다.

시뮬레이션은 한국에서 가장 빠른 연구용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알레프(Aleph)를 통해 6개월 이상 수행됐으며 수백개의 하드디스크를 채우기에 충분한 500TB 정도의 데이터가 생성되었다.

◆연구 결과

천문학적 강제력에 의한 기온, 강수량, 식생 변화가 5가지 인류종의 관측된 분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을 밝혔다. 우선, 종과 종 사이의 접촉을 통한 종들 간의 계승과 상호교배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여 과거 종들의 호미닌 족보를 도출해 내었다. 이런 시공간적 호미닌 종의 서식지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렌시스과 데니소반이 약 50-40만년전 유라시아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년전 아프리카계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하였음을 보였다.

이에 더해 식량 자원의 변동성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했는지 조사되었다. 약 2-1백만년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하여 좀 더 좁은 영역에서 생활하였던 반면 약 100-80만년 이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종은 다양한 식량자원에 적응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것이 그들을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기후가 인류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후속 연구 계획

향후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렌시스와 데니소반의 다른 혈통이 갈라진 이주 시기에 끼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알아보고 그들간의 상호 교배 메커니즘을 좀 더 규명하고자 한다.

또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200만년에서 300만년으로 확장하여 더 긴 기간 동안의 기후변화와 인류 진화의 관계를 알아보고 현재 연구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은 식생과 기후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식량 자원의 변동성이 인류 종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좀 더 자세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팀]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장, 부산대학교 석학 교수, 제1저자(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단장

◇윤경숙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공동저자

◇자오양루안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공동저자

◇엘카 젤러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 연구원, 공동저자

◇다니엘레몬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공동저자

저작권자 © 스마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